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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by 홍기용 Count: 1361 10/28/13
족구영화 "족구왕"

'족구왕' 우문기 감독 "족구 좀 하면 어때?" (인터뷰)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초청작 '족구왕'의 우문기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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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기 감독/사진=최부석 기자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마치 '워터보이즈' 류의 일본 청춘영화를 보는 듯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소소한 설정들에 빵빵 웃음이 터진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된 '족구왕'에 대해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독립영화계의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부산에서 '족구왕'을 본 관객이라면 그 표현에 전적으로 동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체 이 어마어마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족구왕'을 연출한 우문기 감독(30)을 만나자 마자 질문을 쏟아냈다. '1999, 면회'에 예고편 영상으로 첫 등장했던 '족구왕'이 장편으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우문기 감독에게 직접 들어봤다.
◆ '족구왕'의 탄생
관객이 처음으로 '족구왕'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광화문시네마의 첫 작품 '1999, 면회' 상영에서였다. 픽사 애니메이션에 단편이 따라 붙는 것처럼 영화마다 단편의 영상을 붙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당시 '족구왕'이라는 제목만 있던 것이 장편으로 발전하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단다.
"사실 '1999, 면회'를 찍을 때는 광화문 시네마가 없었어요. 영화제에 '1999,면회'가 오게 되면서 영화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렇게 등록을 하고 개봉을 했는데, 픽사 영화에는 단편이 붙잖아요. 우리 한 번 해볼까? 싶었죠. 그때 김태곤 감독이 생각한 제목만 가지고 짧은 단편을 찍어서 붙였던 것이 '족구왕'이였어요."
'족구왕'은 '1999, 면회'의 김태곤 감독이 각본을 쓰고 우문기 감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김태곤 감독이 처음 아이디어를 낸 이 작품은 술과 닭발로 우문기 감독에게 오게 됐다.
"'1999, 면회'를 찍고 있을 때 태곤 형이 술을 마시다가 '족구왕' 얘기를 했어요. 저보고 '닭발 사고, 너 가져'라고 하더라고요. 닭발 사고 제가 받았죠(웃음). 태곤형이 '그럼 네가 연출 하고 부산영화제 다녀올 때까지 시나리오 써놔'라고 하더라고요. '1999, 면회'에서 제가 미술감독이었는데 부산영화제도 안 갔어요. 그렇게 얼레벌레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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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기 감독/사진=최부석 기자
◆ '족구왕' 뜯어보기
영화에서는 '족구'로 대표되지만 스포츠 영화는 결코 아니다. 학자금 대출, 토익, 취업, 공무원 시험 열풍 등 현재 대학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고민들이 소소하게 녹아있고 그것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적절히 작용한다. 우문기 감독은 "대학 고발 영화는 아니고 캠퍼스 러브 스토리 영화"라고 딱 잘라 표현했다.
"캠퍼스 러브 스토리 영화인데, 캠퍼스를 다루다보니 그런 모습이 빠질 수가 없는 거예요. 비판보다는 저도 대학교 다녔을 때 있었던 일이니까요. '족구 좀 하면 어때?'라는 것이 '좀 놀면 어때?'라는 건데, 초등학생이 놀면 뭐라고 안하는데 대학생이 놀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요. 그 나이에 사회에서 해야 한다고 하는 걸 안했을 때 논다고 하잖아요. 그런 이야기가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족구왕'에는 안재홍, 김창환, 진태철 등 '1999, 면회'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스타급 배우들은 없지만 배우들의 합이 상당하다. 배우들끼리 화기애애했던 것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들어나는 것 같았다.
"'1999, 면회'에 나왔던 친구들은 아직 시나리오도 없었을 때 같이 또 하자고 얘기를 했어요. 오디션을 본 경우도 있었고요. 유명한 배우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어요. 물론 거절도 많이 당했고요. 그런데 조합이 워낙 좋으니까 배우들도 인지도가 있건 없건 찍을 때는 전혀 그런 생각을 안했던 것 같아요. 배우들끼리 친해진 것이 영화에 묻어나서 좋았죠."
영화의 후반부에 세 커플의 키스신이 이어진다. 그것도 청춘영화에 어울리는 풋풋한 키스가 아닌 정말로 서로를 잡아먹을 것 같은 키스신이다. 우문기 감독은 "굶주렸던 사람처럼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던 배우들도 정말 적극적으로 연기해 단 한번에 OK 사인을 받았다.
"모두가 '에이, 설마 그렇게 할까'했는데 정말로 그렇게 되는 그런 것이 있잖아요. 엄청 유치한데 정말 그렇게 될 때 빵 터지는 거요. 그렇게까지 어이없는 영화일까 했는데 진짜로 그렇게 되는 거예요. 키스도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청춘일 때는 당연히 불타오르는 게 맞잖아요.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당연히 눈이 돌아가고. 그걸 짐승처럼 해달라고 했어요. 흡입하듯이 하시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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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기 감독/사진=최부석 기자
◆ 우문기와 광화문 시네마, 정체가 뭡니까?
홍익대학교 영상영화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코스를 밟은 우문기 감독. 처음부터 영화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디자이너를 꿈꾸던 청년이 영화에 빠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홍대 영상영화학과를 나왔는데 과거에는 영상디자인과였어요. 미술기반이었죠. 학교 다닐 때는 영상이라면 다 해보는 시스템이여서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뮤직비디오도 만들었죠. 그때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영화광도 아니었고요. 영화를 하는 선배들과 친해지고 촬영을 도와주다보니까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하나 만들고 싶어지고. 만들어보니까 더 공부를 하고 싶어졌어요."
갓 군대를 제대한 복학생이 사라진 족구코트를 다시 만들어달라고 서명운동을 하고, 학교에 일대 족구 바람이 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족구왕'. 남들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온 힘을 쏟는 모습이 딱 청춘이다. 만화적인 상상력과 깨알 웃음이 가득한 '족구왕', 일본 청춘영화 느낌이 난다고 하자 감독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란다.
"일본영화 좋아해요. '워터보이즈'나 '으라차차 스모부' 같은 것들이요. 이번에는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했어요. 외부의 영향력이나 압박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니 좋아하는 영화의 느낌이 나온 것 같아요."
지난 해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된 '1999, 면회'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 작품인 광화문 시네마. 우문기 감독은 영화제작사로 등록은 되어 있지만 동아리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광화문 시네마는 동아리 같은 개념이에요. 광화문에서 같이 사무실을 쓰던 감독 다섯 명이 만든 회사인데,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영화를 해요. 공통점이 있다면 남 눈치 보지 않고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정도예요. 그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죠. 혹시 나중에 상업영화 쪽으로 가서라도 한 번 내 맘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 와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그런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다음 작품에 대해 물었다. 전혀 계획이 없단다. 어떤 작품이 되던 광화문시네마와 우문기 감독의 자유분방함은 그대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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